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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병동 이야기. 경추 1,2 수술을 아시나요?

2003년 그해는 많이 아팠다. 사망선고를 받았고 죽을 뻔했다. 병원에서는 마음을 준비하라고 부모님에게 말했으니까. 아픈 환자는 죽음이 곁에 왔는지 모르고 살았다. 이 모든 말들은 완치라는 판정을 받고서야 친정엄마가 말해줬다. 죽다 살아 난 맏이를 보며 그때 그 마음과 감정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그때 교수님이 나를 불렀잖아" "응 그랬지" "교수가 부른 이유가 너는 곧 죽을 거라고 하더라. 그것도 언제 어떻게 목숨이 끊길지 모른다고" "정말 그랬어? 교수님이 내가 곧 죽는다고" "그래, 그래서 내가 얼마나 슬프던지. 교수님 말을 듣고 너에게 그랬잖아. 집에 갔다 온다고" "그래서 내가 갔다 오라고 했잖아" "도저히 너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거 같아 집에 간다고 하고 나갔던 거야" "그랬구나. 그런 일..

기록삶 2022.03.26

봄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자 가장 아픈 계절이 되고 말았다

사계절 중 가장 기다리는 계절은 봄과 가을이다. 봄은 이쁜 꽃이 나를 반기고 봄나물을 먹을 수 있어 봄을 기다린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봉오리가 맺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 거기다 봄은 여자 계절이 아니겠는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면 여자 로망인 시폰 원피스를 입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거리를 활보해본다. 마음에 봄바람이 스며들면 그 무엇으로도 이겨낼 수 없다. 사랑의 계절이 봄이다. 그래서 난 봄만 되면 엉덩이가 들썩이며 여행을 가곤 했다. 여행은 결혼하기 전이긴 하지만 말이다. 봄이면 봄바람이 들어 살랑거리던 나는 언젠가부터는 아팠다. 죽을 만큼 아팠다. 10년마다 찾아온 봄의 계절은 두려웠다. 신이 '너는 죽어. 어서 죽어. 넌 죽어야만 해'라고 했다. 3월부터 아프면서 초 여름이 되어서야..

기록삶 2022.03.25

희귀병인 호산구 증가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다

경추 1,2번 골절 수술 후 합병증 중 하나가 바로 호산구였다. 20년 전 이 병명을 들었을 때 '뭐 이런 병이 다 있어' 신기했다. 6개월 동안 병원 생활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다른 병이 찾아온다. 나 역시 그랬다. 염증 수치가 떨어지지 않고 40도라는 고열조차 잡을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난감한 상태였고 가장 센 항생제를 처방했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환자에게 독한 약을 처방한 것 자체가 잘못된 치료였다. 새벽에 도착한 독한 항생제는 환자 입을 열지 못했다. 애원하는 엄마 말에도 끔쩍하지 않았다. 그 약을 먹으면 내 몸은 하염없이 아프고 또 아팠기 때문이다. 하루에 두 번 채혈은 지겹다 못해 없는 혈관을 찾아야 하는 고통만 있을 뿐이었다. "선생님 도대체 채혈은 왜 하는 거예요. 채혈하면 뭐를 알..

기록삶 2022.03.24

타향 살이를 하면 안다. 고향이 가장 아름답고 포근하다는 걸

이제는 혼자서 거리를 배회하는 기회가 생겼다. 예전 나는 늘 아이와 함께 했다. 어디를 가든 내 곁에는 아이가 있었다. 3월부터 나에게 아이가 선물을 주었다. 5시간 동안 나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다들 혼자서 놀면 쓸쓸하지 않냐고 외롭지 않냐고 물었다. 혼자가 좋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한 나를 인정했다. 함께 있으면 그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하지만 오롯이 혼자가 되어야 나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듣고 싶은 음악을 이어폰으로 실컷 듣는다. 집에선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며 청소를 하고 집안 곳곳을 정리한다.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5시간을 아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살림은 잠시 미루어두었다. 아이 흔적을 말끔하게 정리가 되면 무조건 나간다. 남포동, 광복동, 자갈치, 국제시장, 깡통시장, 부평시장..

기록삶 2022.03.23

사소한 일이 꼬이는 날은 조심해야 한다

어제 아침은 버스만 10번을 탔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드는 느낌이 일진이 사나울 거 같다는 느낌이었다. 너무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이 그제 밤이었다. 눈을 감으면 잡생각이 나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세 시간을 자고 눈을 뜨니 새벽 3시였다. 결국 새벽에 일어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선잠을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일어나면서 다짐했다. 오늘은 일진이 안 좋을 거 같은데 뭐를 하든 조심하자고. 일어난 김에 아침밥을 했다. 아이는 국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 끓여놓은 육수를 꺼내어 냄비에 붓는데 이때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선명하던 육수가 갑자기 탁하게 보였다. 냄새를 맡으니 상하지 않아서 만두 두 개를 넣고 간을 봤다. 먹는 순간 시큼한 맛을 자랑하는 육수는 이미 상하고 말았다. 분명 냉장고에 보관 ..

기록삶 2022.03.22

로또 4등 당첨은 꿈 덕분이었다

2017년 대박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좋은 꿈을 꿀 때마다 로또를 사라는 주위의 권유에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될 무렵부터 아이를 업고 로또 판매하는 곳을 찾았다. 그때 꾼 꿈이 뭔지 지금은 기억에 없지만 꾼 꿈이 좋았다. 이틀에 한 번 꼴로 꿈을 꿔서 대박 날 거 같았다. 남동생은 꿈 이야기를 듣더니 좋은 꿈을 꾸고 나면 한 달 이상 로또를 구입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다고 아이와 바깥공기를 마실 겸 로또를 구입했다. 동생말을 믿고 행동에 옮겼다. 매일 천 원에서 이천 원 정도 구입했고 연금복권 등 다양하게 구입했다. 뭐든 노력해야 하고 끈기가 있어야 결과를 볼 수 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아이와 함께 로또를 구입했고 눈이 와도 다녔다. 여름이라고 포기하지 않았다. 땀 흘리며 ..

기록삶 2022.03.21

비가 오는 날에는 선생님이 그립다

비가 오는 날에는 나조차 모르는 감정이 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내성적인 성격인 나는 늘 조용하게 학교 생활을 했다. 그래서 친구는 어디를 다녀도 "영아야 어디 있어"라고 불러댔다. 친구들이 불러도 그저 조용히 있었다. 이런 나를 알아준 친구들은 사교성이라고 1도 없는 친구를 챙겼다. 그중 반장은 어디를 가더라도 나를 데리고 다녔다. 하물며 졸업하고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자리에 나를 불렀다. 나는 선생님과 친하지 못했다. 주눅 들어 있는 모습으로 3년 동안 학교를 다녔다. 선생님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지내던 나를 안 반장은 어느 날 집으로 전화가 왔다. "영아야 오늘 나랑 데이트 안 할래?" "일요일은 쉬고 싶은데, 왜 나오라..

기록삶 2022.03.20

뚜벅이 여행으로 결심했다. 운전을 하겠다고

지난 과거를 회상하면 내 힘으로 움직였던 것이 없었다. 타인이 해놓은 계획대로 그저 따라다녔고 따랐다. 그러니 혼자 한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여행을 혼자 한 적이 없었다. 20대 시절은 회사 언니들과 움직였고 30, 40대는 남편에 의해 움직였다.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무서움이 먼저 찾아왔다. 늘 자차로 움직이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하는 여행은 단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대중교통으로 움직이는 여행을 해보자고 결심한 건 아이가 가정 보육을 한 후 처음 했다. 부산에 정착하면서 아이를 마냥 놀릴 수 없었다. 밖에서 보고 듣는 지식이 상당하니깐. 춥지만 아이와 여행을 결심했다. 바다가 보고 싶은데 장거리는 엄두가 나지 않았고 일단 교통편의가 가장 편리한 지역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부산과 가..

기록삶 2022.03.18

아이 감정을 공감했더니 유치원 생활을 공유하는 딸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아이는 유치원 다닌 지 불과 3일 만에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 매일 씻을래" "겨울은 이틀에 한 번 씻잖아. 자주 씻으면 피부가 건조해져" "그건 싫은데, 내 코에 하수구에서 나는 똥오줌 냄새가 난다 말이야" "엄마 코에는 우리 여니에게 향긋한 향만 나는 걸" "엄마 말은 못 믿어. 나 매일 씻을 거야" 이틀에 한 번 샤워하던 아이가 귀찮다고 말하지 않고 매일 씻기로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아이는 무척 부끄러워했다. "너 혹시 유치원에 마음에 든 남자 친구 생긴 거야" 이 말을 듣던 여니는 부끄러워서 시선을 피했다. 엄마가 모르는 척해줬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로 얼굴에 표을 냈지만, 엄마인 나는 모르는 척하고 계속 물었다. "응, 우리 반에 눈썹에 상처 난 친구가 있어. 그 아..

기록삶 2022.03.16

띄우지 못하는 편지를 쓰면서

민이의 열네 번째 생일을 축하해. 올해는 중학생이 된 너의 모습을 지켜보지 못해 마음이 아파. 하지만 너는 중1, 어엿한 청소년이 된 민이를 축복하고 축하하려고 편지를 띄워. 어젯밤 엄마는 미역을 꺼내 물에 불리고 냉동실에 있는 소고기를 꺼내서 녹였어. 그리고 구수한 육수 한 봉지를 냉동실에서 꺼내어 열네 번째 민이 생일을 축하하고 너를 낳고 고생한 엄마를 위해 미역국을 끓였지. 너희들이 보지 못한 동생 여니에게 말했어. 오늘 민이 언니야가 열네 번째 생일이라서 미역국 끓이는 거라고 했더니 여니는 도리어 엄마에게 묻더라. "엄마는 민이 언니가 더 좋아하는 거야"라고. 귀엽지. 너에게 질투는 어린 동생은 엄마사랑을 온전히 여니 자신에게 향하기를 바라더라. 그래서 엄마가 이렇게 말했어. "민이 언니야는 엄마..

기록삶 202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