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이상 증상이 있다. 내려놓을 때 내 마음만 내려놓는 것이 아닌 집안 살림까지 내려놓는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 보면 아이도 덩달아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다. 서랍 속부터 먼저 미니멀을 시작했다. 올여름부터 이어지던 무기력함과 나태함을 유지한 채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이 수시로 열었다 닫았다 하는 서랍 속이었다. 여기에는 비상약품과 아이 로션 등 보관하는 서랍장이다. 근데 올여름부터 여기는 엉망진창이 되어 찾아야 하는 물건은 어디에 숨었는지 찾을 때마다 숨바꼭질을 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랫말처럼 정말 급할 때 보이지 않는 물건 때문에 스트레스는 최고조로 향했고 결국, 넋 놓고 지내던 여름, 서랍 속을 열어 두서없이 나열된 물건들을 꺼내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