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삶

정리라이프가 나에게 이상적이다

사빈 작가 2022. 4. 1. 10:27

 

정리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루틴이다. 서랍이나 옷장 등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으면 하루 종일 그 일만 머리에 맴돈다. 물건은 각자 자리가 있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독립적인 내 공간이 생기면서 정리에 대한 호기심을 책이나 잡지를 찾아보며 배웠다. 책은 일본 작가였지만 실용적인 부분만 내 집에 적용했고 정리했다. 그때 책에서 그랬다. 리모컨 자리를 따로 마련하면 그 물건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고. 그 말을 믿고 재활용품을 이용해 서랍장을 정리하면서 식구들에게 일러줬다.

 

여기는 이걸 넣고 저기는 이걸 넣는 공간이라고. 근데 식구들은 귀찮아했다. 결국 모두가 출근하고 학교를 가고 나서야 물건의 자리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일단, 온 가족이 사용하지 않고 침범하지 않는 주방부터 정리했다. 칼날이 있는 무서운 도구는 한 곳에 모아 두고 집게와 같은 가끔 쓰는 물건은 물건대로 자주 쓰는 물건 물건대로 내가 쓰기 편안하게 정리하고 나니 서랍을 열 때마다 만족하며 미소를 띠게 되었다.

 

싱크대는 위험한 물건이나 도구가 많다. 채칼부터 과도칼 식칼 등 날카로운 칼들이 즐비하는 곳이라서 아이가 손대지 못한 곳에 넣어두는 것이 포인트였다. 어른인 나조차 잘 못 손대다 상처가 나는 곳이 바로 주방이다. 그래서 하부장부터 정리를 했는데 간결한 서랍장은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요리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는 건 바로 정리가 되어서 더 그렇다.

 

옷장을 보면 정말 한 숨이 난다. 나는 미니멀을 할 수 없는 물욕 소유자구나 알게 된 것이 옷장을 보고 알게 되었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계절별로 옷을 정리하다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아이 옷부터 정리를 하는데 사계절 내의부터 정리하는 방법은 한 여름과 한 겨울 내의를 제외하고는 얇은 내의를 한 곳에 두면 된다. 계절마다 정리하지 않아서 편리한 나만의 방법은 이러했다. 다가오는 계절 내의 서랍만 꺼내서 위치만 잡으면 되는 거였다. 예전에 나는 계절이 지난 옷은 박스에 넣어두는 방법이라서 계절이 올 때마다 옷장을 정리해야만 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옷장과 서랍장에 사계절 옷을 그대로 두고 필요한 옷만 꺼내서 입는다.

 

아이가 스스로 꺼낼 수 있도록 아이 눈높이에 현재 내의와 속옷, 양말, 자신이 좋아하는 스커트를 놓아두고 그 외 물건은 높은 곳에 둔다. 다른 서랍장에는 계절 옷을 넣어두고 보관 중이다. 현재는 겨울과 봄 사이라서 두꺼운 옷과 이른 봄에 입을 수 있는 옷을 아이 눈높이에 수납했더니 아이는 스스로 옷을 꺼내 입는다. 그러니깐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 색상 등 고려해서 꺼내는 아침이 되었다.

 

아이 옷이 정리되면 어른 옷을 정리해야 하는데 여자 옷은 참 다양하다. 스커트, 원피스, 롱티, 티셔츠, 외투 등 다양했다. 키가 작아서 자주 입는 옷은 아래로 계절마다 입게 되는 옷은 위쪽으로 배치해둔다. 여기에 접이식 옷걸이에 원피스를 수납하니 아래 공간이 생겨 가을 겨울 원피스를 위에 봄 여름 원피스를 아래에 배치하니 한눈에 보기 좋았다. 그다음은 봄, 여름 티셔츠와 가을 겨울 티셔츠를 구분해서 얇은 티셔츠는 접이식 옷걸이에 걸어두면 아래 공간이 생겨 계절마다 사용하게 되는 용품을 수납하기 좋았다.

 

접이식 옷걸이는 함정이 있다. 두꺼운 옷을 접으면 공간을 차지한다는 거다. 나처럼 두꺼운 옷이 많은 집이라면 접이식 옷걸이를 추천하지 않는다. 뚱뚱한 몸이라서 원피스를 주로 입게 되어서 접이식 옷걸이를 사용하다. 접이식 옷걸이는 행가 아래쪽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 제법 괜찮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부피를 차지하는 접이식 옷걸이는 얇은 옷이 답이었다. 좁은 집일수록 물건을 더는 사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입하면 뭐하냐 둘 곳이 없는데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지름신이 오더라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도망가는 경험 했다. 과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정리이고 좁은 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바로 정리라고 나는 정의 내렸다. 정리를 하다 보면 잊고 있던 물건이나 식품을 찾게 된다. 분명 산 기억이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면 정리를 제대로 못한 내 탓이었다. 이제는 싸다고 구입하지 않고 앞으로 필요할 거 같다는 생각으로 구입하지 않는다. 다이소가면 싸다고 구입하고 언젠가는 사용하겠지 하고 구입한다. 결국 하나 둘 사다 보면 집은 정리가 되지 않고 짐을 모시고 사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더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아쉬울 만큼 있으면 된다. 

 

미니멀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닌 정리를 하다 보면 미니멀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옷장을 정리하고 나면 가짓수가 많은 옷을 보고 더는 옷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내가 옷을 사 입지 않은 건 옷장에 옷이 가득 있다는 것이고 요즘처럼 외출이 없는 시대라서 더는 옷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2020년에 작정을 하고 옷을 구입한 적이 있다. 낡은 옷, 락스가 묻은 옷, 늘어난 옷, 얼룩이 진 옷을 모조리 버리고 현재 몸에 맞는 옷을 구입했었다. 그렇게 소비를 하고 나니 더는 옷에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왜냐면 손이 잘 가는 옷, 편안한 옷만 입고 다니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저렴한 옷을 사서 모으게 된다. 친정엄마와 1년 정도 함께 살면서 엄마 역시 싸서 옷을 사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그 옷은 불편하거나 작거나 둘 중에 하나로 옷장 구석에 있었다. 아깝지만 헌 옷 수거함에 넣고 자주 입는 옷과 편안한 옷을 구분해 놓으면 길을 가다 이쁜 옷이 보이더라도 '아 맞다. 비슷한 옷이 집에 있지'라고 깨닫는다. 옷 구경만 하고 오는 나를 보며 웃는다. 신발도 만찬가지이며 살림살이 그렇게 된다.

 

온전히 살림만을 해보니 가장 필수품은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티브이, 청소기, 냉장고 외는 어쩌다 한번 쓰는 제품이 많았다. 어쩌다 쓰기 위해 구입했다는 것이 어처구니없었지만, 어쩌다 쓰는 물건이 있어서 아이 간식을 만들어주는 거 같았다. 우리 집에는 와플 기계도 두 개나 된다.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 만들어 먹을 거라고 사다 모은 와플기. 아이는 와플을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 당황스럽지만 아이 입맛이 와플에 길들여지면 열심히 구워 먹을 생각이다.

 

짐이 많을 때 이사를 해보니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몇 달이 걸렸다. 그래서 난 최대한 필요한 물건만 두고 모두 중고품으로 판매를 했고 판매되지 않은 물건은 모조리 재활용품으로 버리게 되었다. 돈을 주고 구입해서 돈을 주고 버려야 했다.  책이 많다 보니 이사견적 내는 분은 한결같이 이런 말을 한다. 잡다한 짐이 많네요라고.

 

손이 가는 짐이 많아서 이사비용이 배로 들었다. 충남에서 부산까지 이사비용은 이백오십만 원이었고 그 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다시 이사를 할 경우 책을 정리하고 책을 모아두지 말고 읽고 중고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 집은 사면이 짐이다. 빈 공간이 없다는 건 내 안의 마음이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빈 공간의 미학을 위해 더는 사지 말고 계속 비워내고 있다.

 

올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짐이 많아서 걱정이다. 사용해서 없어지는 것과 사용해도 그대로인 것이 정해져 있어서 짐은 줄지 않는다. 글은 쓰면 쓸수록 늘지만 물건은 사용하면 할수록 더 필요하게 느껴지는 건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옷과 물건을 더는 사지 않는다. 대신 음식을 사서 냉장고에 보관 중이다. 하나를 비우면 하나는 채워진다. 이게 정리의 마법인 거 같다.